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시대와 관념의 이방인으로 살아간 유랑하는 작가 유르스나르의 삶과 문학적 여정, 1987년,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세상을 떠나자 한 신문에서는 “유르스나르가 영원한 여행을 떠났다”고 부고를 띄웠습니다. 이는 관용적인 표현이지만, 유랑하는 작가 유르스나르에게는 더욱 잘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유르스나르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 대신 개인 교습을 받았고, 또래 친구들과 노는 대신 아버지와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고전 문화를 익혔습니다. 동시대의 문학보다 과거의 문학을 더 사랑했으며, 현대보다는 머나먼 역사 속 시대를 동경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부정하는 ‘새로운 실험 소설’이 문단을 휩쓸던 시기에 유르스나르는 오히려 역사소설로 전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유르스나르의 독특한 문학 세계
그는 미국 국적을 얻어 미국에 머무르면서도 프랑스어로 글을 썼고, 여성이면서도 주로 남자가 주인공인 글을 썼습니다. 남성 동성애자를 다룬 이야기들도 여러 편 존재합니다. 유르스나르는 태어난 곳, 자리잡은 나라, 갖고 태어난 육체, 살아가는 시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시대와 관념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였습니다.
그의 독특한 문학 세계는 철저한 역사 고증과 당대의 보편적 관념에 저항하는 등장인물, 의도적으로 대상을 지우고 행간에 의미를 담는 글쓰기 방식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유르스나르는 여러 권의 작품을 통해 많은 상을 받았으며, 1980년에는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알렉시, 진정한 자신을 찾는 ‘목소리의 초상’
「알렉시 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는 유르스나르가 본격적인 작가로서 처음 세상에 내놓은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알렉시가 아내 모니크를 떠나며 남긴 편지글 형식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고백합니다. 알렉시는 자신의 본능과 기질을 숨기며 겪는 고뇌를 이야기하며, 독자는 그의 목소리와 작가 유르스나르의 목소리를 겹쳐보게 됩니다.
은총의 일격, 시점의 편차 뒤로 숨겨둔 의도와 진실
「은총의 일격」은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으로 고립된 발트 해 지역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소피, 콘라드, 그리고 에릭의 관계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복잡하게 얽히게 되며, 유르스나르는 음각적 글쓰기 기법을 통해 진실을 숨기고 그 여백에서 독자가 더 깊은 내용을 읽어내게 합니다.
줄거리 및 결론
이 작품에서 소피는 에릭에게 마음을 두지만, 에릭은 그녀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콘라드는 소피와 에릭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결국 전쟁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결말에서 소피는 에릭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결단을 내리며, 이는 그녀의 성장과 자아 발견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결론은 독자에게 진정한 사랑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1903년 6월 8일 태어났으며, 1987년 12월 17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생존 당시 다양한 문학적 성과를 이루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알렉시」, 「은총의 일격」 등이 있습니다. 그녀는 페미나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 대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1980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첫 여성 회원이 되었습니다. 유르스나르는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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