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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 사막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 이민자들의 시선

by 사서J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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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의 깊은 시선이 사막으로 향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가 사막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있고 아름답게 그려낸 장편소설이 소개됩니다. 이 작품은 제국주의가 자연 세계를 점령해가는 20세기 초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소년과,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펼쳐집니다. 차가운 물질문명과 대비되는 사막은 생명력의 세계로, 자연과 신화의 힘이 지배하는 가혹하면서도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작가의 세계관이 시적 문체로 응축된 이 작품은 사막 민족의 삶의 흐름과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선명하게 대비시켜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사막』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스물셋의 나이에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첫 번째 시기에는 서구 문명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도시를 배회하고, 세상의 사소한 부분을 예민하게 관찰합니다.

첫 번째 시기를 지나며 르 클레지오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는 사 년 동안 파나마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이 경험이 그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구 문명 외의 다른 문명에서 안정을 찾은 그는 원시적인 감수성과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돌아가 자연과의 조화를 회복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두 번째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사막』입니다. 이 작품을 발표한 1980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200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사막과 도시의 선명한 대비,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교차

르 클레지오는 사막 민족의 후예인 주인공 랄라가 자신의 뿌리를 깨닫고 되찾는 과정을 그리면서, 유목민 소년 누르를 등장시켜 두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시킵니다. 유목민 소년 누르는 20세기 초 유럽 군대가 사하라 사막을 정복하면서 사막 민족이 살 곳을 잃게 되는 비극적 역사의 목격자입니다. 유목민들은 기적의 힘을 지닌 대족장 마 엘 아이닌이 자신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고 그가 있는 곳으로 모여듭니다. 그러나 피난처를 찾아 떠도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더위와 추위, 배고픔과 질병으로 쓰러지고, 돈과 무기를 앞세운 유럽 군대에 맞서 사막의 전사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잃어버립니다.

한편, 현대에 살아가는 소녀 랄라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사막 민족의 후예로, 사막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어느 날 도시에서 한 남자가 찾아와 여러 선물을 안기며 결혼을 제안합니다. 랄라는 목동 하르타니와 함께 사막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하르타니와 헤어져 프랑스 마르세유로 보내집니다. 그녀는 아이를 임신한 상태입니다. 차갑고 황폐한 도시에서도 사막의 뜨거운 생명력을 간직한 그녀는 우연히 사진가의 눈에 띄어 하와라는 이름의 유명 모델이 되지만, 결국 돈과 명예를 버리고 다시 사막으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을 낳았을 때처럼 무화과나무에 매달려 홀로 아이를 낳습니다.

『사막』은 독특하게 편집상으로 두 이야기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장 구분으로는 「행복」과 「노예들의 땅에서」가 있습니다. 이 장들은 현재 시제로 서술되는 랄라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행복」은 사막에서의 생활을, 「노예들의 땅에서」는 마르세유에서의 생활을 다룹니다. 왼쪽 여백이 넓은 부분은 과거 시제로 서술되는 누르의 이야기로, 별도의 제목 없이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소설의 전체 흐름 속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어나가며 능동적으로 두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하며, 『사막』의 의미는 이러한 재구성을 통해 완성됩니다.

여행하는 작가 르 클레지오의 시선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나이지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르 클레지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여행과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의 시선은 언제나 먼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막은, 비록 서구 문명이 대상을 단순히 수단화한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얼핏 가혹해 보이는 사막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에 순응하며 그 일부가 되어 살아가게 하는 공간이자, 역설적으로 인간을 강인하고 자유롭게 하는 장소입니다.

사막으로 돌아간 랄라의 귀향은 하나의 신성한 결단이며, 도시 문명과 현대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기 위한 내밀한 호소입니다. 르 클레지오의 시선 속에서 사막은 단순히 한 부족의 후예가 느끼는 회귀 본능의 대상이 아니라, 뿌리를 잃어버린 현대인이 갈구하는 공간으로 승화됩니다. 이는 자신과 외부의 결속을 되찾을 수 있는 생생한 인간성의 공간이며,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향수의 대상이 됩니다.

“그는 새로운 전환, 시적 모험, 관능적인 황홀경을 선보이는 작가이자 지배 문명 너머 또는 그 아래에서 인간성을 찾아내는 탐험가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르 클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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