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
러시아 문학사상 가장 강렬하고 우아한 여성 서사의 탄생입니다. 현대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중단편선으로, 「소네치카」와 「스페이드의 여왕」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울리츠카야에게 수많은 문학상을 안겨준 중편소설 「소네치카」는 평생 책과 함께 살며 위안을 찾은 한 여자의 삶을 그립니다.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단편소설 「스페이드의 여왕」은 다양한 세대의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치 있게 담아냈습니다. 이 두 작품은 광활한 러시아 역사와 문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매우 압축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종소 교수가 번역을 맡아 이러한 특징을 살려 강렬하고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옮겼습니다.
운명을 감내하며 책 속에서 위안을 찾은 한 여자의 삶 「소네치카」
현대 러시아문학의 대표 작가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자국 문학상을 포함하여 메디치상(프랑스), 주세페 아체르비 상(이탈리아), 세계문학상(중국), 박경리문학상(한국), 유럽문학상(오스트리아), 지크프리트 렌츠 상과 귄터 그라스 상(독일)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울리츠카야에게 명성을 안겨준 첫 번째 작품은 중편소설 「소네치카」입니다. 원래 울리츠카야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유전학연구소에서 일하던 과학자였으나, 지하출판물을 소지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극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92년, 「소네치카」가 잡지 〈신세계〉에 발표되었을 당시, 울리츠카야는 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강렬하고 우아한 여성 서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소비에트 정권하 ‘여자의 일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 소네치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로베르트 빅토로비치, 딸 타냐, 딸의 친구 야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들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에트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이 가족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소네치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러시아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러브레터이자 독자들을 깊고 넓은 러시아문학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장입니다. ‘소네치카’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비롯한 러시아 고전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인 ‘소냐’의 애칭으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속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언급됩니다. “저녁이 되면 그녀는 (…) 달콤한 심연, 어두운 가로숫길, 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든다”는 문장은 부닌과 투르게네프의 작품 속 풍경을 불러오는 효과를 줍니다. 평생 책에 파묻혀 살다가 결국 책 속에서 위안을 찾은 소네치카의 삶은, 어린 시절 도서관을 스승으로 삼았던 울리츠카야의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문학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활력 넘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압축한 「스페이드의 여왕」
이 책에 수록된 두 번째 작품인 「스페이드의 여왕」은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단편소설입니다. 90대의 노부인 무르, 그녀의 딸이자 안과 의사인 60대의 안나, 30대의 손녀 카탸, 그리고 어린 증손주들까지 총 4대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통해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블랙코미디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선명하게 그려냅니다.
「소네치카」와 마찬가지로 「스페이드의 여왕」 속 가족은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4대가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이 가족에는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여성과 아이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어린 그리샤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오직 여자들만 존재했습니다. 중심 인물인 안나는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괴팍함을 이해하고, 의사로서의 직업에 충실하며 일상적인 삶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안나의 남편 마레크가 갑작스럽게 귀국하면서 그동안의 균형이 깨지고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개됩니다.
「소네치카」와 「스페이드의 여왕」 두 작품 모두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성 인물들을 내세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러시아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무엇보다도 폭력이 만연했던 소비에트 시대를 살아낸 연약하면서도 위대한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울리츠카야는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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