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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벨로 - 오늘을 잡아라 현대인 윌헬름 애들러의 고립과 소외

by 사서J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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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고 미성숙한 남자의 파멸적 하루를 통해 인간애와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그린 소설 『오늘을 잡아라』는 주인공 윌헬름 애들러(토미 윌헬름)의 절망과 파국이 얽힌 단 하루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그가 겪는 비극과 구원의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공존의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립니다. 1956년 출간 이후,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솔 벨로의 최고작으로 평가받아온 이 작품은 정교한 플롯,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뛰어난 인물 조형으로 미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평론가 V. S. 프리쳇은 이 작품을 “작은 회색의 걸작”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솔 벨로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동시대의 모더니즘 작가들이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았던 반면, 벨로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긍정적인 작가였습니다. 이러한 긍정성이 아로새겨진 작품이 바로 호라티우스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구절 “카르페 디엠”에서 제목을 따온 『오늘을 잡아라』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쌓아올린 현실의 벽에 갇혀

과거로 돌아갈 수도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는 남자

비인간화되어가는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가혹한 대가를 요구받는 현대인의 대표자로 그려진 주인공 윌헬름 애들러는 물질적 곤궁과 실존적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물입니다. 42세의 중년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향했던 그는 ‘애들러’라는 성을 버리고 ‘토미 윌헬름’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그곳에서의 성공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를 어렸을 때 부르던 윌키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토미 윌헬름도 술에 취하면 스스로를 조소하며 윌키라고 부릅니다.

그의 삶은 수많은 실수들로 점철되어 현재의 초라하고 소외된 인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지는 것에 지친 인물로, 오늘 그는 다니던 가구회사를 그만두고 실직 상태에 있으며, 별거 중인 아내에게 생활비와 양육비 독촉을 받고, 묵고 있는 호텔 방값까지 밀린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의 은퇴한 의사 아버지조차 아들을 무능력한 실패자로 여기며, 돈을 보태주기는커녕 위로의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습니다. 과거는 이미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미래는 보이지 않으며 현재는 암울한 문제들로 가득한 상황입니다. 토미는 오늘도 과거의 실수들로 인해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고,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하필 무수히 퇴짜를 놓았던 방향으로 선택하기 일쑤였습니다. 그의 인생은 그런 오판이 열 번이나 반복된 결과입니다. 할리우드로 가는 것이 큰 실수라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결국 그곳으로 향했고, 아내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야반도주하듯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탬킨 박사와 함께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나 결국 수표를 내놓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돈까지 모두 잃고 박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토미는 절박한 마음으로 그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섭니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도 짊어지기 싫다. 내 등에 업히지 말라”는 호통뿐입니다.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던 토미는 우연히 장례 행렬에 휘말려 장례식장에 들어가게 되고, 낯선 망자 앞에서 감정이 폭발해 큰 울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삶으로부터 모든 의미를 끌어낸 죽음이 건넨

긍정과 수용, 재생의 희망

솔 벨로의 소설 대부분이 그러하듯 『오늘을 잡아라』의 배경은 현대 고도화된 대도시인 뉴욕입니다. 물질 만능주의의 물결 속에서 소외와 위기를 겪는 현대인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배경입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물의 은유가 사용되며, 소설은 토미가 글로리아나호텔 23층 자기 방에서 나와 로비로 “가라앉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그가 낯선 이의 장례식장에서 영문 모를 눈물을 흘리며 “슬픔보다 더 깊이 가라앉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물은 주인공의 정신적 익사를 상징하며, 그를 서서히 적시고 잠식하다가 다시 눈물로 그를 적시며 수면 위로 끌어올려 숨쉬게 하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삼인칭과 일인칭을 오가는 매력적인 서술 방식도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주로 토미의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서술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사고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하지만, 가끔씩 삼인칭 내레이션으로 바뀌어 독자의 시각을 냉정한 타자의 것으로 돌려놓습니다.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의 ‘그날’은 평범한 날이 아니라, 죽은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삶의 충격을 주도록 작가가 철저히 고안한 ‘계산된 날’입니다. 토미는 실패자이자 무시당하는 아웃사이더이지만, 가치가 획일화된 세상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완전한 파국이 다가오는 그날에도 세상을 비판하며 왜 자신이 이 지경까지 몰렸는지 되짚어보려 애씁니다. 요컨대 그는 비인간화에 저항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례식장에서 망자를 내려다보며 흐느끼다 불현듯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운명인 죽음을 깨닫고, 그러기에 더불어 살고 사랑해야 한다는 슬픔에 찬 각성을 하게 됩니다. 그의 울음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향한 울음이었을 것입니다.

솔 벨로는 인간답게 살기를 고집하고 타인과의 연대의식을 느끼려 분투하는 토미의 투쟁을 가치 있는 것으로 증명하며,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하는 시대의 풍조에 타협하지 않고 고립된 삶을 긍정하는 삶으로 전환시킵니다. 인간의 삶은 시대의 어떠한 판단이나 이론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입니다. 비인간화되어가는 현실의 고통을 감수하며 삶의 목적을 오늘에야 잡은 토미의 우스꽝스럽고도 슬픈 이야기는 여전히 위태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수용과 긍정, 회복의 희망을 선사할 것입니다.

작가의 양력

솔 벨로(Saul Bellow, 1915-2005)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소설가로, 197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의 독창적인 문체와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로 잘 알려져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솔벨로 - 오늘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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