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은 1910년대에 시작되어 1930년대에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 문학을 이끌었던 것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상적 각성의 시련을 겪은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작가들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세대”란 전쟁을 통해 종교, 도덕, 그리고 인간 정신의 피폐함을 목격하며 허무와 절망에 빠진 미국의 젊은 작가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이십대에 실제 전쟁에 참가하거나 전후의 환멸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문단을 이끌었습니다.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 포크너와 함께 이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삶과 문학에서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그는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그리고 여러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하며 전쟁터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그의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에서는 이러한 체험이 녹아 있습니다. 전쟁은 헤밍웨이에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으며, “죽음이 없다면 삶도 의미가 없다”는 하이데거의 철학처럼, 인간
의 삶과 실존의 의미를 끈질기게 탐구했습니다.
폭력과 허무를 담은 작품
“나는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영광스럽다고 하는 것들에는 영광이 없었으며, 희생은 고깃덩어리를 땅속에 파묻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시카고 도축장에서 벌어지는 살육이나 다름없었다.” 이 인용문은 헤밍웨이의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드러나는 허무와 절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자신의 행복과는 관계없는 세계에서 작고 무력한 인간이 우주와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주인공 헨리 프레더릭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에 자원입대하여 구급차 부대에 복무합니다. 그는 적십자 구급간호봉사대의 일원으로 이탈리아에 온 영국인 여성 캐서린 바클리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자유 의지와 그것을 가로막는 운명의 이항 대립을 다룹니다. 헨리는 “명예니 용기니 신성이니 하는 추상적인 말들”로 전쟁의 폭력과 무의미함을 정당화하는 것에 강한 환멸을 느끼며, 음주와 여색에 빠져 전선에서 시간을 허비합니다.
전쟁과 사랑의 이중적 관계
헨리는 적의 박격포에 맞아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후방의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그곳에서 캐서린과 재회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 사랑은 헨리에게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회복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는 전선에 복귀하자마자 아군의 대규모 퇴각에 휘말리고, 결국 스파이 누명을 쓰고 즉결처분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총살 직전, 그는 강물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탈출하고, 전쟁을 버리고 사랑하는 여자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헨리와 캐서린은 스위스로 건너가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전쟁보다 더한 우주의 폭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쟁의 폭력과 운명의 잔인한 힘은 그들의 사랑을 위태롭게 하며, 결국 이 비극의 방정식은 최종적이고 불가피하게 전개됩니다.
작가 약력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899년 7월 21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전쟁, 사랑, 상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절제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로 유명합니다. 헤밍웨이는 1961년 7월 2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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